토이 스토리 4는 단순히 장난감들의 모험을 그리는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장난감이라는 존재가 누군가의 소유물이 될 때만 의미가 있는가, 혹은 자율성과 주체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볼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우디, 보 핍, 포키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Pixar는 존재의 이유, 소속의 의미, 타자와의 관계성을 탐색합니다. 이 글에서는 토이 스토리 4 속 장난감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장난감의 존재론적 의미를 정체성·가치·관계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해보겠습니다.

1. 정체성 – 나는 누구이며, 왜 존재하는가?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 장난감은 언제나 “아이를 위해 존재하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4편에서 이 전제는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우디의 변화
- 이전 시리즈까지 우디의 정체성은 ‘누군가의 장난감’이자 ‘리더’로서의 역할에 묶여 있었습니다.
- 그러나 보니에게 외면받고, 모험 속에서 보 핍을 다시 만나며 우디는 소속감 없는 존재로서의 불안을 처음 경험합니다.
- 그는 더 이상 ‘아이의 장난감’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로 거듭나게 됩니다.
포키의 탄생
- 포키는 쓰레기로 태어난 포크 장난감입니다. 그는 자신을 “쓰레기”라 인식하며 존재를 부정합니다.
- 하지만 우디와 친구들의 돌봄을 통해 점차 자신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 이는 존재의 본질은 외적 형태가 아닌, 관계 속에서 규정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2. 가치 – 소유를 넘어선 존재의 의미
장난감은 ‘아이에게 사랑받는 존재’로서 가치를 지녀왔습니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 4는 그 가치를 외부의 인정이 아닌, 내면의 선택과 자유에서 찾기 시작합니다.
보 핍의 독립
- 보 핍은 더 이상 ‘아이의 램프 장난감’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 자유로운 존재로 등장합니다.
- 그녀는 길 잃은 장난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개척한 존재로서 우디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 이는 “누군가를 위한 삶”에서 “나 자신을 위한 삶”으로 가치의 중심이 이동했음을 상징합니다.
중고 장난감의 존재 가치
- 영화에는 중고 가게에서 소외된 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장난감들이 등장합니다.
- 이들은 자신이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집착하지만, 영화는 그것이 존재의 유일한 조건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 갭비 갭비는 처음엔 불안정했지만, 마지막엔 스스로의 결단으로 진정한 관계와 소속을 찾게 됩니다.
3. 관계 – 존재는 타자와의 연결 속에서 드러난다
존재론의 관점에서, 존재는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의미를 획득합니다. 토이 스토리 4는 장난감들의 관계 변화를 통해 이 철학을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우디와 포키
- 포키는 존재를 부정하고 자꾸 쓰레기통으로 향하지만, 우디는 끈질기게 그를 보호합니다.
- 이 과정은 단순한 보호자가 아닌,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는 ‘타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우디와 보 핍
- 보 핍은 우디에게 ‘자율성’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타자입니다.
- 그녀와의 관계는 우디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됩니다.
관계의 진화 = 존재의 확장
- 우디는 더 이상 ‘한 아이의 장난감’이 아닌, 스스로 관계를 선택하고 맺는 존재가 됩니다.
- 이는 관계성에 기반한 존재론(리차드 카니, 레비나스 등) 철학자들의 사유와도 연결됩니다.
결론: 장난감은 우리다 – 존재의 의미를 묻는 거울 같은 이야기
토이 스토리 4는 장난감을 통해 ‘인간 존재론’을 은유합니다.
-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서 살아가는 삶,
- 소외와 고립 속에서 자아를 잃는 고통,
- 그리고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과정.
우디의 마지막 선택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존재로 나아가는 선언입니다.
그것은 곧, 우리 각자가 삶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장난감의 이야기를 통해 Pixar는 말합니다.
“존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